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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악 그레고리오 성가. 오늘날 한국에서는 특히 이분화된 학제 때분에 대비되는 두 장르라고 생각하는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이지만 둘 모두 전통적인 서양 음악의 화성어법에 기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해 보면 양식적인 연속성을 갖고 두 음악은 꽤 동질적인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오늘날 대부분 사람들이 듣는 대중음악 그리고 나를 비롯한 많은 음악대학 학생들이 공부하는 클래식 음악에 익숙한 사람은 화성이 있는 음악에 대해서 상당히 익숙하고 자주 들었다는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화성이 없는 음악들 제 3세계 음악을 비롯한 한국 전통음악 그리고 서양 그레고리오 찬트 같은 음악에 대해서 이질적이라 느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작년 수업에 대해서 특히 고음악을 다룬 ..
후배 육사시미기 누군지도 몰랐던 후배. 그래서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났을 때 더 어이없었던 그 소문을 그 후배 스스로 낸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어서 너가 퍼뜨린 거냔 물어본 질문에 사실은 팬으로서 선배를 좋아했다는 대답을 한 후배. 그래서 선배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후배에게 밥을 사줬다. 육사시미를 샀다.직장에서 퇴근하고 정신없었던 때 평소와 같았으면 혼밥을 했겠지만 그 아이가 같이 밥을 먹어줘서 고마웠다. 7호선에서 내리고 지상 구간으로 올라왔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그 사람이 있었다. 건대 입구역 주변에서 우연히 지나가던 후배들과 좋아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이렇게 따로 악속을 잡아서 학교 밖에서 학과 후배를 보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기에 대단히 신기했다.그 밖에서 '학과 후배를 만나는 신기..
독자를 고려하거나 고려하지 않는 글 쓰기 글 쓰는 걸 좋아한다. 머릿속에 떠돌던 복잡한 정보들이 한 큐에 정리되기 때문이다. 글을 단순히 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공유한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에 동의할 때, 혹은 글을 통해서 타인도 내 생각으로 말미암아 더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낼 때 뿌듯함을 느낀다.내가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면 그 자체로 예술이라는 관점이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장이라고 할지라도 우선 뭐라도 써낸다면 표현한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극단적인 생산자, 그리고 작품 중심주의 내지는 수용자를 배제하는 관점이랄까. 물론 나도 작품과 생산자를 중요시하지만, 수용자를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이런 미학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제 아무리 소신 있는 예술인이라 할지라도 그와 그 작품을 ..
경주 여행에 관한 상상 시 신라로 여행을 가노라면 달빛 비친 연못 위에 술 잔 올려야지. 너를 노래할 거야. 유려한 어쩌면 유려하지 못한 선율에 내가 아는 너의 모든 것을 욱여넣어서 최대한 사랑스럽게 노래 부를거야. 그 모습 기특하고 귀엽지만 차마 티 내기 싫어 참는 웃음. 그러나 이내 버티지 못해 미소 번진 입술. 그렇게 눈이 맞아 달밤에 서로를 놀이하면 초현실의 야릇한 기분이 드는 다음 날 아침. 간단한 조식을 먹고 서라벌을 산보하며 화랑, 불국사, 안압지, 포석정 온갖 것을 구경해야지. 경주 소재 호텔을 체크아웃하면서도 서라벌 주막에서 잘 쉬고 간다고 너스래 떨자. 새삼 잘 어울리는 우리 둘답게. 끼리끼리 잘 만났다는 소리 듣는 너와 나답게.
짝사랑에 관한 시 불현듯 센치해진다. 이번 학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나랑 닮은 사람이랑 같이 지내고 싶어. 이왕이면 상처 받기 싫은 내 마음 알아줄 사람.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겠지만 티는 안 낼거야. 그냥 은은하게 챙겨주고 호감만 서로 교환할거야. 졸업할 때까지. 그냥 그렇게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인연을 끝낼거야. 무심하게 졸업식에서 고마웠다고 덕분에 행복했다고 좋아했다고 마음 전달하고 본가 가는 길 배웅할게. 늘 그래왔듯이. 그게 내가 해오던 방식이니깐. 마음 속으론 너랑 지역 여행 다니고파. 너도 이곳저곳 같이 놀러다니자고 말하지. 이태원, 성수, 보광, 인사동에서 경주, 동경, 경도, 대판, 진도, 탐라, 몽고, 향항까지. 그렇게 추억을 쌓고 싶건만 차마 그러지 못할 우리의 운명 아닌 ..
취타계 악곡에 관한 단상 1. 들어가며: 복무 시절에 군악대의 역사를 서양음악 악대 중심으로 공부했다. 그러나 실은 한국 전통음악 악대도 공부했어야 했다. 복무 시절에 군악대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 그래서 개인정비 시간에도 군악에 관한 논문을 찾아보곤 했다. 그때 읽었던 논문은 에케르트 시절 양악대의 복장에 관한 논문 그리고 서양 음악을 조선에서 어떻게 수용해왔는가와 같은 소위 양악사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의 군악대 전통은 단순히 서양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조선 시대 행악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조의 행악엔 어떤 음악이 있을까? 대취타는 임금의 거동이나 행차 시 연주되던 음악이다. 이 음악은 의전 절차와 함께 연행되었으며 엄격한 편성규칙이 있었다. 또한 대취타에서 파생된 여러 악곡들이..
종묘, 문묘, 원구 제례에 관한 단상 1. 종묘제례악에 관한 단상: 망한 나라의 왕 꽤 오래 제삿밥 먹다.종묘 제례악을 공부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왕조가 망했어도 조선의 왕들은 죽은 후에도 여전히 호화롭게 대접받고 있다는 점이다. 사후세계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죽은 후에도 귀신의 형태로 산 자들과 간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세계관을 전제로 해보자. 연고 없이 죽은 사람은 제삿밥도 얻어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귀영화를 누렸던 사람이라도 길어야 몇 대 안에 제사가 끊기는 것이 보통이다. 명문가라 해도 3대 제사가 일반적이고 길어야 증조부나 고조부까지 챙기는 수준이 아닐까?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더 유서 깊은 집안에서는 고조부 이후의 조상들까지 챙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선 왕조는 몇십 대에 걸쳐 ..
판소리 수업 단상 1. 들어가며: 지난 학기 타과에서 판소리 수업을 들었다.지난 학기에 영상과에서 판소리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왜 이 수업이 음악교육과가 아니라 영상과에 개설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음악교육과 내에서 국악 과목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인데 말이다. 알고보니 우리 학과에서 국악 교수진을 초빙하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다고 했다. 여하간 대안으로 타과 수업을 들었다. (아마 여기선 판소리를 전통 극예술이란 명목으로 초빙한듯하다.)교수님은 전라도에서 판소리를 공부하신 분으로 아마도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분이었을 것이다. 2. 수업방식: 교수와 학생은 번갈아가며 노래를 불렀다.수업 방식은 교수님께서 소리북을 치며 판소리를 부르면 학생들이 그 노래를 따라 부르는 형태였다. 학생들은 악보 없이도 곧잘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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