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와 시 (5) 썸네일형 리스트형 [일기 6] 음악 그 우주적 진리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베토벤 교향곡과 같은 명곡을 악보에만 가두기엔 너무 위대하다. 무대 위에서만 연행하기도 아깝다. 그걸 단순히 소리 예술로만 보기엔 아쉽다는 것이다.명곡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진리로 보자. 음악을 우주적 진리로 확장해보자는 것이다.작게는 걸음 조차도 베토벤 5번 교향곡 첫 모티브의 리듬으로 걸어보자. 아니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330의 첫 두 마디의 윤곽을 제스쳐처럼 머리카락을 쓸어내려보자. 더 나아가 내 일상을 time sheet로 정리했을 때 결과적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인상적인 M.Ravel의 Bolero 리듬과 일치할 때의 쾌감을 맛보자.물론 너무 유치한 1대1 대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좀 더 고차원적인 예를 들자. 낭만주의 시대.. [일기 5] 긴자료코 돈가스에 관한 시(詩) 돈가스를 먹으면 우울감을 덜어낼 수 있다는 해괴망측한 믿음을 가지고 있읍니다 저는. 그래서 결심했읍니다. 금일 저녁 식사는 돈가스로 하자고요. 돈가스집에서 쫓겨났읍니다. 브레이크타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내 17시가 되어 해제됐기에 안락한 식당에 성공적으로 재입성하였읍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원하는 메뉴를 시키진 못하고 그냥 저렴한 축에 속하는 기본 돈가스 세트를 주문하였읍니다. 잔액이 부족하여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는 슬픔을 여러분은 아십니까? 눈물 젖은 돈까스 -그것은 소스에 물이 섞여 밍밍할지 눈물 속 소금기가 더욱 짭짤하게 할지 모르겠지만-의 독특한 맛을 보게 될 수도 있겠읍니다 [일기 4]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답정너가 비판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소통이 없고 정한 의견을 밀어붙이기에다. 답정너를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 자주하면 관계가 파괴될 것이다. 그런데 답정너는 나 자신에게도 할 수 있다. 자기 합리화 기제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두고 점사를 보면서 자기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반복시행하는 것, 현실과 희망 사이의 괴리가 있을 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 등도 들 수 있다. 셀프 답정너는 대단히 지양해야 할 행동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논리적으로 하지 말아야한다는 걸 알면서 마음 속으론 그걸 하는 게 편해서다. 현실 도피요 비겁한 짓이다. 그러나 늘 현실을 직시만 할 순 없는 것이다. 도망도 왕왕 친다. 이상의 얘기를 할 때 친구 A가 떠오.. [일기 2] 뚝섬기(纛島記)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일기 1]성소의 초 며칠 전 성당에 놀러 갔다. 성당 뒷 편 초를 켜 올리는 단이 있는데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화려한 색깔, 곡선으로 흔들리는 촛심, 훈훈한 열기, 지글지글 타는 소리 섞인 심미적인 경험이었고 이제 그만 떠나려 하다가도 다시 돌아가길 수 차례였다. 불멍이 사람 마음 편하게 한다더라. 그래서 야외에선 캠프 파이어, 실내에선 벽난로 쬐는 게 새삼 힐링이겠지. 불멍할 여유가 없으면 뇌 없이 스마트폰 화면이라도 보게 되는 걸래나. 근데 초를 바라보는 건 단순한 휴식과 충전 이상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천주교도는 싫어할 말일래나? 무속인들도 누굴 위해 기도한다면 초를 킨다는데 새삼 왜 그런지 알 것 같더라. 누군가 나를 위해 초를 켜주면 고마울 것이다. 감동이 감각으로 전해질 것이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