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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성당에 놀러 갔다. 성당 뒷 편 초를 켜 올리는 단이 있는데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화려한 색깔, 곡선으로 흔들리는 촛심, 훈훈한 열기, 지글지글 타는 소리 섞인 심미적인 경험이었고 이제 그만 떠나려 하다가도 다시 돌아가길 수 차례였다.
불멍이 사람 마음 편하게 한다더라. 그래서 야외에선 캠프 파이어, 실내에선 벽난로 쬐는 게 새삼 힐링이겠지. 불멍할 여유가 없으면 뇌 없이 스마트폰 화면이라도 보게 되는 걸래나.
근데 초를 바라보는 건 단순한 휴식과 충전 이상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천주교도는 싫어할 말일래나? 무속인들도 누굴 위해 기도한다면 초를 킨다는데 새삼 왜 그런지 알 것 같더라.
누군가 나를 위해 초를 켜주면 고마울 것이다. 감동이 감각으로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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