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괴짜 음악인 글렌굴드
괴짜 음악인을 좋아한다. 글렌 굴드가 대표적이다. 음악사엔 수많은 괴짜 음악인이 있지만 글렌 굴드는 정말 독특하다.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2. 연주자와 음악사
대개 음악사에서 이름 남긴 음악가는 작곡가이다. 물론 모차르트, 베토벤은 훌륭한 건반 악기 연주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는 그들을 전문 연주자가 아니라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작곡가로 기억한다.
글렌 굴드는 다르다. 물론 글렌 굴드도 자작곡을 일부 쓰긴 했지만, 그가 남긴 대부분의 음악적 업적은 연주자로서 남긴 것이다.
3. 글렌굴드의 업적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느린 템포, 독특한 알티큘레이션을 통해서 재창조 수준의 해석을 보여주었고, 그의 독특한 주법으로 해석된 고전 음악들, 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참신한 해석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또 특정 시점 이후 녹음실을 통한 연주만 고집한 점, 강박증 수준으로 전용 악기에서만 연주하려고 했던 점 등은 그의 괴짜 음악인으로서 면모를 좀 더 부각시키기도 했다.
난 정말 글렌 굴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연주자라는 역할에 대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4. 연주자의 역할
전통적으로 연주자는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사람으로 여겨졌고, 지금도 기악 전공자들은 '악보에 있는 대로 쳐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연주자는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까를 생각해 봤을 때 연주자도 자신의 해석을 집어넣을 수 있고, 그에 따라서 악보로만 존재했던 작품을 실제 소리로 드러내게 만들고 추가적인 의미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전달자 이상의 재창조자라고 볼 수 있다.
5. 질문: 연주 해석의 범위?
여기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연주자 해석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라는 것이다.
작품에 악보상 적혀 있지 않은 아티큘레이션, 셈여림 등을 부여하는 소극적 해석의 정도일까 아니면 곡 중간에 읊조리듯이 노래하는 글렌굴드처럼 허밍을 첨가할 수 있는 정도일까?
아니면 일부 구간에 자신이 만드는 페시지를 집어넣는 정도까지 가능할까? 혹은 작곡가의 원곡을 편곡하는 수준까지도 허용할 수 있을까?
6. 결론: 연주에 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전문 연주자가 존재하는 오늘날의 음악 문화를 고려해 봤을 때, 작곡가와 연주자의 관계가 무엇인지, 또 연주 해석의 범위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또 생성형 AI가 등장함으로써 작곡 활동을 하는 AI, 그리고 단순히 테크닉이 뛰어난 연주자의 음악이라면 AI의 작업에 비했을 때 도저히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이런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연주가 무엇인지 등 연주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홍정수. 음악학. 서울: 심설당,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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