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군악대 선임은 왜 클래식은 '똥 쌀 때나 듣는 음악'이라고 주장했을까?
대한민국 음악제도에서 이상적인 군악대의 기능과 역할
I. 들어가며: 음악을 사회적으로 바라보기
우린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등의 음악사 속 천재 작곡가들을 보면 보통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 또 그들의 작품은 일상 현실과는 다른 음악 세계를 이룬다고 본다.
물론 음표와 쉼표로 짜여 있는 고유한 소리 세계로서의 음악적인 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천재 작곡가들 역시 한 사회 속에서 업무를 한 구성원이다. 또 그 작품 역시 현실 세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형성된 것을 생각해 보면 마냥 음악 이론의 관점으로만 음악을 살피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러므로 한 사회 내에서 음악을 어떻게 다루고 수용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클래식 음악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모든 장르, 지역, 편성, 악기, 계층, 인종의 음악에 대해서 한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취급하는 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다루어야 음악 실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에 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하단 문제의식 속에서 동시대 음악 사회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의 음악 제도와 군악대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II. 대한민국 음악 제도의 3분법: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
우선 한국의 음악 제도의 경우 장르별 구분을 통해서 확고히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장르적 구분이란 대개 3분법인데, 한국 전통 음악, 서양 클래식 음악, 대중 음악이 각각 세 부분을 차지한다.
특별히 이런 삼분법적으로 나뉘어진 음악제도권에 대해 문제로 지적하는 점이 있는데 세 권역 사이에 너무도 교류가 없고 견고하다는 것이다.
이 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음악 실제에서 미학적으로 음악 실제를 세 음악으로 엄밀하게 구분하긴 힘들고 어느 정도 중첩되어 있다는 점, 은연중에 학제 상 위계를 두면서 우열을 가리는 잘못된 가치판단을 재생산하는 점을 둘 수 있다.
1. 엄밀하게 미학적으로 구분되는가?
통념상 대중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를 지향하는 상업적인 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은 전통적인 서유럽의 음악 어법을 기반으로 작곡된 보다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즉 대중 음악은 대중성 및 상업성을 기준으로, 클래식 음악은 예술성, 형식성, 자율성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관행적 기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학적 가치 평가의 기준은 특정 음악 작품에 대해서 상호 배타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대중성과 예술성은 특정한 장르에 1대 1 대응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고 한 음악이 연주 수용되는 맥락에 따라서 두드러지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i) 상업성은 대중 음악을 분류하는 적절한 기준인가?
앞서 얘기했듯이 서양 클래식 음악은 음악 본연에 집중하는 자율성을 지닌 음악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모차르트 음악에 '태교 음악'이란 의미를 부여하며 마케팅을 하여 상업적 이득을 꾀하는 클래식 음반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래식 음악 또한 상업성을 추구한다.
ii) 자율성은 클래식 음악을 분류하는 적절한 기준인가?
또한 상업적인 대중음악인 재즈도 코드 진행, 음색 등에 집중하며 오늘날엔 예술음악으로 여기는 사례도 있으며 K-pop과 같은 아이돌 음악도 물론 상업적인 요소를 넣어 생산하지만 춤, 가사 등을 배제하고 노래가 좋아서 듣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클래식 음악만이 자율성이 가졌다고 보긴 힘들다.
추가적으로 순수한 공연 감상용으로 여겨지는 클래식 음악 공연 역시 뒷풀이 행사가 성대하게 열리며 일종의 '사교회'로서 기능하는 점을 고려하면 자율성과 상업성은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iii) 수용 측면과 작곡 측면의 분리해야하지 않냐는 반론?
누군가는 작곡 측면과 수용 측면을 분리해서 자율성과 상업성을 봐야 한다고 반론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은 수용 측면에 있어서 비록 상업성, 대중성을 띨 수 있지만 작곡가는 그것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음악 본연에 집중해서 자율성을 띄고 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모차르트 교향곡이 아무리 현대에는 음반을 통해서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광고 음악으로 대중성을 뛸 수 있지만, 모차르트가 음악을 작곡했을 때는 그런 상업적인 의도를 가지지 않았을 거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케이팝 음악, 순수한 코드진행 및 음색 등에 집중해서 감상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적어도 그것은 잘 팔리기 위해서 작곡된 음악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작곡 측면에서도 대중 음악, 클래식 음악 모두 상업성과 자율성이 혼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차르트의 교향곡 역시 물론 치밀한 조성 진행과 짜임새를 고려한 음악이지만 동시에 18세기에 전통적인 교회 및 궁정과 같은 후원 체계가 무너지고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열린 상업화된 연주회의 흥행을 위해 올리던 장르였다.
또한 오늘날의 대중 음악 역시 마케팅적인 측면과 동시에 음악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야 흥행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의 자율성과 상업성은 수용과 작곡 측면 모두에 혼재됐다고 본다.
2. 학제상의 구분이 존재하는가?
이렇듯 대중 음악과 클래식 음악은 엄밀하게 미학적으로 구분되기보다는 어느 정도 서로 중첩되어 있는 측면이 강한데, 제도적으로는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는 학제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예술 음악과 대중 음악을 동시에 가르치는 학과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i) 본교와 이원화/분교
물론 일부 대학에서는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을 가르치는 학과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경희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와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는데, 이조차도 같은 단과대학 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대학과 예술대학 형식으로 분리된 경우가 많다.
특별히 경희대학교와 한양대학교를 예를 들자면 경희대는 클래식 음악의 경우에는 서울 회기 캠퍼스에서 가르치고, 대중 음악은 포스트모던학과라는 이름으로 수원 영통 캠퍼스에서 가르치는 사례 그리고 한양대는 왕십리 캠퍼스 음악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을, 분교인 안산 에리카 캠퍼스에서 대중음악을 가르치는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ii) 4년제와 2년제
또 클래식 음악과 한국 전통 음악을 가르치는 대학은 4년제 대학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대중 음악의 경우 2년제, 3년제 대학이 많은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예컨대 한국에서 대중 음악을 가르치는 학과 중에 가장 권위 있는 학교로 꼽히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와 서울 예술대학 역시 2, 3년제 대학이다.
학제에 있어서 4년제 대학과 2,3년제 대학의 차이는 단순한 학습 연한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 다른 음악 장르를 학문적 연구 대상로 보냐, 습득 기술로 보냐의 차이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대중음악 학과가 4년제 대학이 거의 없다는 점은 학문으로서 연구 대상이 되기엔 미흡하다고 본 꼴이나 다름없으며 결과적으로 클래식 음악과 대중 음악 사이의 암묵적인 우열을 조장한 셈이다.
3. 결과적으로 견고한 제도적 구분은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결과적으로 대중 음악 전공자와 클래식 음악 전공자는 학제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서로 교류할 기회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관행적으로 분류돼 장르적 가치 판단 기준인 상업성, 예술성만을 가장 중요한 음악적 가치로 여길 위험이 있다.
i. 음악은 여타 장르 간의 교류로 전개됐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대로 음악 실제에 있어서 대중 음악과 클래식 음악 모두 상업성과 자율성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음악의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은 서로 교류하고 융화되며 전개됐다.
거슈윈의 블루 랩소디와 같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중 음악이었던 재즈가 클래식 음악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하고, 헝가리의 버르토크는 동유럽 민속 음악을 클래식 음악의 소재로 사용했다.
반대로 케이팝 아이돌 블랙핑크는 프란츠 리스트의 라캄파넬라 선율을 샘플링 하고, BTS 한국 전통 음악인 궁중 음악 대취타를 소재로 음악을 작곡하는 등 동서고금 음악은 장르의 벽을 넘어서 혁신적인 실험을 통해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의 경직된 상태로 구분된 학제로는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음악이 탄생하긴 어렵다.
ii. 독단적인 미학관을 가진 인물 배출 우려
또 20세기 이래로 클래식 음악은 음악 본연의 실험성에 집중하면서 학문적인 가치는 존재하지만 청중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소위 자폐적인 현대 음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음악을 일종의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보고 전위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을 작곡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음악 역시 사회 내에서 대중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되는 대상인 점을 고려해보면 클래식 음악이 여타 다른 장르 음악과 분리되어서 자신의 내재적 요소에만 침잠하도록 조장하도록 조장하는 오늘날의 학제는 부적절하다.
반대로 대중음악 전공자 입장에선 수백년간 발전해온 음악 양식적 변화를 도외시한 채 상업성에만 천착할 우려도 존재한다. 선대 음악가가 해온 여러 음악적 실험들은 동시대에서 재평가, 발굴되어 현대적으로 재시도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철저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클래식 음악과 분리된 대중음악 학제는 20세기 중반 이후의 음악적 변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수천년간의 음악 변천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한 음악사를 참조했을 때 줄일 수 있는 실수, 비용, 시간 등을 탕진하며 음악 본연의 가치를 잃은 작품을 생산할 우려가 있다.
iii. 오늘날 패쇄적 삼분화된 음악제도의 문제점
결국 오늘날의 삼분화된 패쇄적인 음악 제도는 자기폐쇄적이고 독단적인 미학관을 가지며 사회와 고립되며 창조성과 거리가 먼 예술인을 배출할 위험이 높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III. 동시대 한국 음악 제도 속 군악대의 역할
1. 기대와 이상
이렇듯 엄격하게 분리되며 폐쇄적으로 존재하는 한국의 삼분화된 음악 제도상의 문제점을 완화해줄 좋은 공간이 난 군악대라고 생각했다.
군악대는 대중 음악, 클래식 음악, 국악 전공자가 모두 모여서 생소한 군가, 행진곡 등을 연주하는 곳이다. 이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음악계 전공자들이 약 18개월간 모여서 어떤 방식으로 여타 음악 전공자들이 음악을 수용하고 다루고 사고하는지 서로 부딪히고 교류하면서 확인하며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궁극적으론 클래식 음악 전공자는 예술성, 대중음악 전공자는 대중성이라는 자기 폐쇄적인 미학적 가치평가 기준을 내려 놓으며 장르와 제도로 음악을 분류하며 얻는 폐단을 극복할 것을 기대했다.
2. 현실과 좌절
하지만 현실은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끼리 이질성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또한 장르별 가치평가 기준에 따른 우월성과 열등성에 기반한 비난도 적지 않았는데, 예시로 맞선임 라인에서 '나는 서양 클래식 음악 그 중에서도 피아노가 제일 우월한 악기라고 생각한다'는 주장에 '클래식 음악은 누구도 듣지 않는 음악이다. 그것은 공중화장실에서 배변할 때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에 불과하다'라고 맞받아치며 전형적인 예술성과 대중성을 기준으로 우열을 가리는 잘못된 가치판단을 하며 갈등하였다.
IV. 나가며: 군악대 그리고 한국의 자기패쇄적인 3분화된 제도에 대한 문제
내가 볼 때 군악대는 한국 음악제도의 견고한 자기패쇄적인 3분화된 음악계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거의 몇 안되는 공간 중 한 곳이다. 하지만 현실은 피상적인 상호작용에만 그쳤고 되레 이질성만 재확인하며 갈등하는 장이 되어 안타까웠다.
물론 이러한 경험은 내가 복무한 2022.3~2023.7 사이 제7기동군단 본부근무대 군악대에 한정된 만큼 일반화할 순 없고 여타 부대에선 이상적인 타 장르간 음악 교류가 일어날 수도 있다.
참고문헌
단행본
최유준. 예술 음악과 대중 음악, 그 허구적 이분법을 넘어서. 서울: 책세상, 2004.
홍정수. 음악학. 서울: 심설당, 2004.
Small, Christopher. 뮤지킹 음악하기. 서울: 효형출판, 2004.
학술논문
이해완. "대중매체의 발전과 대중예술 정의의 문제." 美學 35.- (2003): 319-378.
부산 여행 가면서 srt에서 짬짬이 읽은 논문: 이해완. "대중매체의 발전과 대중예술 정의의 문제." 美學 35.- (2003): 319-378.
현 시점 예비군 1년차
'군악대, 군악, 군가 탐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악 2] 신 육군가(육군 아미타이거) 비평 (0) | 2024.08.11 |
---|---|
[군악 1] 군가라는 음악의 가치평가 (0) | 2024.08.11 |
[군악 4] 베트남 귀빈 환영행사 그리고 '음악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 (1) | 2024.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