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작곡가 김동진이 만주에서 활동했던 당시에 친일 행위를 했다는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논란의 여파로 그가 작곡한 대한민국의 육군가가 새로운 육군가로 교체해야 된다는 여론이 일어났습니다.
좀 설명을 덧붙여 보자면 육군가는 대한민국의 군대를 대표하는 노래로서 대한민국이라는 지역성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하는 곡입니다.
하지만 작곡가가 반민족적인 행위를 하였다면 대한민국 정체성이 제대로 음악에 반영되어 있지 못했다고 사람들이 인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체 주장이 나올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새로운 육군가로 교체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합니다.
물론 기존의 작곡가의 친일 행위가 현행 육군가를 대한민국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지역성을 제대로 못 담아내게 만들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육군가가 작곡된 이래로 교체 여론이 나오기까지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 육군가를 대한민국의 노래라고 인정하는 동시에 그 음악을 들으면서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으로 하나로 결집 단결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기존의 관행 역시 무시하지 못할 지점이고,
또 작품과 작곡가를 분리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작품 미학을 중심으로 생각해 봤을 때도 기존의 육군가는 화성, 멜로디, 리듬 등의 진행에 있어 굉장히 절도 있고 또 군가다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성급한 교체는 좀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그 육군가가 교체되었으니 새로운 육군가를 좀 분석을 해보자면 새로운 육군가는 기존에 지역성과 음악 사이의 문제를 인식해서인지 적극적으로 한국적인 정체성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20세기 음악사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 민족주의 사조가 대두되었고 이때 각 민족 정체성을 반영한 음악을 많은 작곡가들이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노르웨이의 그리고 체코의 스메타나 등이 그 나라만의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고, 그것을 구체화한 방법이 자국의 민속 선율을 활용한 음악을 만들거나 혹은 그 음악의 가사 내용에 자국의 상징적인 자연물 혹은 그 자국의 민속 악기 음색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새로운 육군가에서도 이러한 민족 정체성을 반영하려는 장치들이 보였는데, 예컨대 도입 부분에 국악기인 태평소, 꽹가리 등을 이용해서 한국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흔적, 또 리듬 전통적인 사물놀이 장단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한국의 특색을 드러내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가사 내용이 영어와 한국어가 혼재돼 있었고 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듯하면서 동시에 음악은 전통적인 국악기를 쓰는 점에서 여러 음악적 내용과 형식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물론 이런 것을 좋게 봐서 전통과 현대 사이의 융합, 또 한국과 영어로 한국과 미국의 지역성에 혼재 등의 다양한 요소의 경계를 허무는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포스트 모더니즘 역시 다양한 요소의 융합을 의미하지 이런 좀 완성도가 낮은 단순한 나열에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신육군가는 기존의 육군가가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문제에 대해서 인식하고 여기에 대해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여러 장치를 두었지만 사실 굉장히 조악했으며
또 한국적인 정체성이라는 것은 수용자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고, 또 오랫동안 그 음악이 수용되어 왔던 관행을 무시하고 졸속적으로 음악을 도입한 결과 완성도가 낮은 신육군가가 탄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음악에 있어서 마냥 혁신 개혁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수용자와의 상호작용도 동시에 고려해야 됨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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