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중세, 르네상스 음악 공부 중이다. 근데 진짜 별로다.
1. 중세 음악이 노잼인 이유
(1) 지나치게 완전협화음정 중심
중간고사 기간에 배우던 중세 음악은 불협화음과 협화음 적절히 밀당해야 재밌는데 완전협화음(*물론 2성부 병행 오르가눔 등에서 등장하는 완전4도는 불협화음정이지만 우선은 완전협화음정이라고 하자)만 내리 나와 노잼이었다. 기말 범위 배우는 지금은 중세 음악 끝나고 점차 불완전 협화음 섞는 르네상스 음악 나오니 좋다.
중세 음악의 '노잼성'은 중세 말기엔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중세 초기랑 중기 음악은 들으면 들을 수록 진짜 별로였다.
(2) 종교 리츄얼의 기능
옛날 라틴어 가사 가진 성가 악보는 예술이 아니라 "종교 리추얼 메뉴얼"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종교학 덕후 입장에서 옛날 종교 리츄얼 파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건지 현타 왔다. 심지어 악보를 현대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선형으로 읽는 게 아니라 가톨릭 리츄얼 순서에 맞춰서 적절하게 볼 줄 알아야했다.
(3) 난해한 기보법
음조직은 조성체계 확립하기 전이라 교회 선법 일색이어서 낯설었다. 악보 상엔 음표에 꼬리가 안 달려있고 머리만 있었다. 콩나물에 대가리만 있고 꼬리는 없었다. 오늘날 악보에서 알 수 있듯 음표 대가리는 음 높이 표시하고 꼬리는 리듬을 알려주는데 이땐 꼬리가 없어서 음높이만 대강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 가면 대가리들 끼리 어떻게 엮이냐로 유형화된 리듬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중세 음악에 대한 내 비호감도가 나아지지 않았다.
2. 대표적 음악: 중세 라틴어 단성 성가인 그레고리오 성가
(1) 대중문화 속 그레고리오 성가 등장 사례: 영화 <검은 사제>
검은 사제들에서 신부로 나온 강동원이 부른 라틴어 성가. 그게 바로 그레고리오 성가이고 지금 이 전공시간에 배우는 초기 중세 단선율 성가이다. 고등학교땐 수행평가로 암송하고 대학와서 다시 부르는데 익숙하긴 커녕 더 낯설고 이질적이더라.
(2) 음악사적 중요성: 클래식 음악의 기원으로 평가
이 라틴어 성가를 배우는 중요한 이유가 이 성가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이 성가를 재료로 '여러 성부가 동시에 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그게 서양 클래식 음악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인 '화성'이 되기 때문에 배우는 거라던데 교과서는 쓸데없이 이 라틴어 단성 성가를 깊게 판다.
"사제 입장의 입당송은 안티폰, 시편, 안티폰, 소영광송, 안티폰 순서로 부른다. 교회선법엔 8종류가 있고 각 선법엔 고유의 마침음과 낭송음이 있다. 악보를 보고 이게 어느 선법으로 구성된지 알아야한다. 주석을 달듯이 곡에 음이나 가사가 덧붙이며 확장될 수 있다. 음악 음과 가사 음절이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양식이 구분된다.... 등등 "
하긴 '음악 음과 가사 음절이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구분되는 양식'은 중요하긴 하다. 나중에 가면 라틴어 성가에 다른 멜로디 덧붙여서 '동시에 울리는 음향'이 만들어지는데 1대 다 대응하는 부분이 가사 음절 수가 많아서 빠릿빠릿하게 진행하다보니 성가 성부와 대선율 성부에서 유형화된 리듬에 따라서 움직이면서 곡이 만들어진다. 이 부분을 클라우줄라라고 하는데 여기에 가사 붙인 게 모테트이고 이 시대 모테트엔 세속적이고 현학적인 가사를 가진다.
3. 결론: 중세 종교음악을 배우는 의미 그리고 역설 - 실용적, 기능적 음악인 가톨릭 종교음악에서 파생된 무기능적, 순수 예술음악 양식 형성 과정 추적
결국 전형적인 순수음악으로서의 클래식과 거리가 먼 '기능성' '단일 성부'의 초기 중세 라틴어 성가가 변모해서 마침내는 모테트에서 알 수 있듯 전형적인 클래식 음악의 정체성인 '심미성' '여러 성부(동시 울림)'을 갖추게 되는 과정이 이건데 이 음악적 발전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해온 음악학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4. 덧붙이며: 시험 공부를 어떻게 했고 할 것인가?
(1) 중간고사: 중세 말 14세기 아이소리듬 모테트
중간고사에서 킬러 문제로 나온 게 중세 말기의 ‘모테트'의 구성 방식이었다. 작곡가들이 곡을 만들 때 나름의 짜임새를 염두하는데 이 시대엔 선율과 리듬에 각각 서로 다른 주기를 주는 방식이었다. 이를 아이소리듬이라고 하고 선율 주기를 C, 리듬 주기를 T로 표기해서 1C:nT 라는 식으로 분석한다. 이거 일일이 하나하나 세주고 계산해야 한다.
아이소리듬 모테트 리듬, 선율 주기 계산하는 문졔 틀려서 한 먹었다.여럿 아이소리듬 모테트 악보 좀 보면서 다시 복습해봐야겠다.
(2) 기말고사: 부르고뉴 악파의 음악 양식과 혁신
기말고사 범위엔 이젠 르네상스로의 과도기를 향하는 15세기(음악에서의 르네상스는 여타 분야처럼 이태리를 기준하는 것과 달리 플랑드르를 중심으로 보기에 15세기)에 작곡된 모테트와 미사를 이제 봐야 한다.
15세기는 백년전쟁으로 프랑스에 주둔한 영국 점령군에 수행원으로 파견된 음악가( 군악대일 것 같긴 한데 확실하진 않음 불분명) 존 던스터블이 영국식 음향을 프랑스에 퍼뜨리면서 유럽 음악양식에 변화를 가져온 시기라던데 이때 음악은 확실히 오늘날 전형적인 클래식 음악 음향과 동질감이 어느정도 있다.
중세 음악이 완전협화음 일변도로 나가면서 '노잼'이었던 것과 달리 15세기 모테트는 포부르동이라고 해서 불완전협화음인 6화음이 연속으로 나오면서 그래도 '노잼'에서 탈피했기 때문이다. 비화성음인 써스펜션도 종지에 쓰이면서 밀당감도 있다.(그래서 고음악을 보고 시기를 판별할 때 써스펜션이 종지에 쓰이면 적어도 15세기나 그 이후 음악이라고 판단한다고 한다)
미사에선 중세 시대엔 그레고리오 성가만 고정 선율로 엄격하게 쓰였는데 기욤 뒤페는 자기가 직접 작곡한 고정선율을 쓰기도 하고 세속음악 선율을 가져오기도 했다.
(EDM 찬불가- 향악 악조 반영의 종묘제례악 - 유행가를 가사만 바꿔서 예배에 사용한 루터 코랄과 같은 사례 등 불교, 유교, 개신교 등 다양한 종교음악에서 세속음악 패시지가 쓰이는 걸 매우 흥미롭게 보는데 기욤 뒤페가 세속음악 선율을 미사의 고정선율로 사용한 것도 가톨릭 음악에서 마찬가지의 예로서 재미를 돋군다)
머릿속으로 복잡하게 떠도는 '음악분석 및 형식론 2' 수업의 내용을 토하듯이 적어내려봤다. 이제 그만 뇌 속에서 맴돌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길 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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