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음악 공부의 생각보다 많은 문제는 악보를 직접 보면 풀린다.
내가 가장 난해해한 것 중 하나가 중세 세속 음악의 정형시 형식을 외우는 것이다. 정형시 형식은 음악과 가사의 짜임새를 기준으로 나눈다. 기존 세속 음악이 가사의 내용을 기준으로만 분류했던 것에서 정형시를 기점으로 음악의 짜임새, 음악과 가사 사이의 관계로 분류 기준이 바뀌었다. 이런 점을 볼 때 정형시는 음악적 응집성이 높은 세속음악으로 음악사적인 가치가 있는 장르다.
정형시 형식의 대표적인 예시가 몇 가지 있다. 이때 형식의 짜임새를 알파벳 문자를 이용해서 표현한다. 나는 이를 공부하는 게 너무도 단순 주먹구구 암기라고 생각해서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번 수업에서 직접 악보를 보고 정교하게 해석한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임을 깨달았다.
II. 정형시 형식에 대하여
1. 정형시이란 무엇인가?
정형시 형식이란 여러 절로 이뤄진 시와 음악 짜임새가 유형으로 정해진 형식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반복, 대조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때 반복, 대조의 대상은 가사이기도, 음악이기도 둘 모두가 될 수도 있다.
2. 정형시 형식을 어떻게 표기하는가?
우선 첫 번째 절을 A라고 표기한다. 이후 등장하는 두 번째 절의 음악과 가사가 모두 같으면 동일하게 A로, 가사는 다른 채 음악만 같다면 a, 가사와 음악이 모두 다르면 B로 표시한다.
이후 같은 원리로 세 번째 절에도 적용한다. 즉 가사와 음악이 모두 같으면 대문자로, 음악만 같고 가사만 다르다면 소문자로, 가사와 음악이 모두 다르면 새로운 문자로 표기한다.
다만 이후 등장하는 파트가 가사, 음악 가운데 하나만 변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 다면 일괄적으로 소문자로 표시한다.
3. 정형시 형식에 해당하는 종류
이러한 표기 방식에 따라 아르스 노바 시대 프랑스의 세 가지 정형시 형식인 비를레, 발라드, 롱도는 각각 AbbaA ABaAabAB aabc으로 표현한다. 동시대 이태리의 유일한 정형시 형식인 발라타는 비를레와 동일하게 AbbaA의 형식을 지닌다.
III. 정형시를 어떻게 공부하였는가?
1. 정형시 악보의 가사 첨가 방식 읽기
우리가 전형적으로 익숙한 유절형식의 음악을 보면 악보 밑에 가사가 붙어있다. 이때 1절, 2절, 3절이 차례대로 한 줄의 한 절 씩 나와있다.
정형시악보를 직접 보았다. 정형시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여느 유절형식의 성악곡처럼 각 악보에 가사가 붙어있고 이때 아랫방향으로 갈 수록 절의 숫자가 커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차이점 역시 존재하는데 다만 순차적으로 n절이라고 할 때 n의 값이 1씩 커진건 아니다. 또 한 줄에 여러 절이 동시에 표기되기도 했다.
즉 비를레를 기준으로 첫 파트의 가사 첫 줄은 1. 5. 이 동시에, 두번째 줄은 4.로 표기되어 있다. 두 번째 파트는 2.와 3.이 같은 줄에 표시되어있다.
또 롱도를 보면 첫 파트의 가사 첫 줄은 1. 4. 7.이 동시에, 두 번째 줄은 3. 5.이 표기되어 있으며 두 번째 파트를 보면 첫 줄에 2. 8.이 동시에, 둘 째 줄엔 6.이 표시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비를레의 첫 파트 첫 줄의 절 숫자를 보고 A _ _ _ A , 첫 파트 두 번째 줄 절 숫자를 보고 A_ _ a A , 두 번째 파트의 첫 줄 숫자를 보며 A b b a A 를 채우며 형식을 알 수 있다.
롱도의 첫 파트 첫 줄 숫자를 보며 A _ _ A _ _ A _를, 첫 파트 두번째 줄 절 숫자를 보며 A _ a A a _ A _ 를 두 번째 파트 첫 줄 숫자를 보고 A B a A a _ A B, 두 번째 파트 둘 째 줄 숫자를 보며 ABaAabAB를 최종적으로 알 수 있다.
2. 앞서 말한 형식 표기 방식과의 연관 속 정형시 악보를 해석하기
이상의 악보를 볼 때 동일한 음악적 파트를 연행하는 (예를 들면 비를레의 1,4,5절 혹은 2,3절 롱도의 1,3,4,5,7절 혹은 2,6,8절) 부분 끼리는 동일한 알파벳을 공유하며 그것의 가사 문장까지 공유한다면 그 알파벳의 대소까지도 동일하다는 점을 염두하니 쉽게 정형시 형식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IV. 나가며: 음악 탐구에 있어 악보는 중요한 문헌
음악사, 음악이론 등 중요한 음악 관련 학문에 있어 악보는 중요한 1차 문헌이다. 물론 최근 들어 음악문화 연구 등 악보로 담는 데에 한계가 있는 여러 음악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현상을 탐구하는 것이 음악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담론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음악, 특히 서양 음악을 연구하는 데에 악보를 중요한 문헌으로 여긴 데에는 음악에 있어 양식, 형식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매체 중 하나가 악보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음악을 공부할 때 악보를 중요시 여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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