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위 분석>
I. 들어가며: 이번 년도에 많은 종교음악을 배웠다.
1. 종교음악: 천주교, 개신교, 유교, 무교
시간이 꽤 흐른 뒤 이번 년도를 회상하면 “종교음악의 해”로 이름 붙일 것 같다. 서로 다른 과목에서지만 이번 학기 수업에선 모두 종교음악 양식을 배우기 때문이다. ‘음악형식과 분석II’과 ‘대위법‘에선 가톨릭 음악 양식을 가르치는데 각각 중세와 16세기의 것이다. ‘합창합주‘에선 흑인 영가를 부르며, ‘국악개론1’에선 국가적인 유교 제사를 거행할 때 연주하는 음악인 종묘제례악을 가르친다. 가톨릭, 개신교, 유교라는 주요 종교의 음악만 배운 것이 아니다. 무속 음악과 그 영향을 받은 음악도 배웠는데 ‘혁신적 음악교육 세미나’에선 시나위를 다뤘다. 이를 통해 천주교, 개신교, 유교, 무(巫)교의 다양한 종교음악을 배우며 안목을 넓혔다.
2. 무속음악: 시나위
이 중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음악은 시나위였다. 나는 시나위에서 드러나는 흥미로운 지점을 지역성, (연행담당자 혹은 수용자의 사회적) 계급, 기능이라는 3가지 음악사회학적 특성과 편성, 즉흥성, 조성이라는 3가지 음악 내적 특성을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특성이 서로 독특하게 교차되어 얽힌 점이다. 해당 곡의 특징을 실제에 부합하여 드러내기 위해 음악사회학 및 내적 특성을 교차하면서 설명할 것이다.
II. 시나위에 관한 음악 내적, 음악사회학적 분석
- 음악 사회학적 특성-기능: 종교 의식음악에서 예술음악으로
시나위의 정의를 민속 대백과 사전에 찾으면 “무속음악에서 사용되는 즉흥적인 기악 합주음악.”과 “한국 무악이 기악합주 형태로 전승된 것”의 두 가지로 나온다. 이 두 정의는 음악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한 나로선 꽤 혼란을 준다. 전자는 명백한 종교음악임을 알려주지만 후자는 그것이 종교음악인지 예술음악인지 잘 모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음악의 기준을 음악을 구성한 사람이 그것을 종교 의식이나, 포교에 쓰이도록 의도하였는가의 여부로 따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전자와 후자의 정의 모두 시나위를 종교음악으로 보는 셈이다.
그러나 나는 음악을 하나의 사회적 리츄얼로 보고 그것이 실제 연행 담당자와 감상자가 종교적 맥락으로 수행하는 가를 기준으로 따진다. 그렇다면 후자의 정의는 시나위를 일종의 예술음악으로 볼 여지를 준다.
이러한 관점에 부합하듯 민속대백과사전 시나위 항목 ‘내용’의 마지막 문단에는 시나위가 일제강점기에 서구식 극장 도입에 따라 보급된 근대식 무대에서 연행되며 종교 의식에서 벗어나 연행됨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시나위는 그 탄생은 무속 음악이지만 오늘날에는 종교 의식음악으로 쓰이는 동시에 예술음악으로도 이해된다.
2. 음악 내적 특성: 편성과 즉흥성의 변화
흥미로운 것은 시나위가 그 연행 맥락이 바뀌면서 음악 내재적 특성도 같이 변화한 것이다. 시나위의 정의는 “무속음악에서 사용되는 즉흥적인 기악 합주음악”이다. 이때 말하는 시나위는 종교 의식음악으로서의 시나위이며 여기서의 기악 합주음악은 아마 가사가 없이 연주되는 순수한 기악 음악이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무가의 반주를 뜻함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왜냐하면 해당 항목에서 볼 수 있듯 씻김굿에서 사용되는 ‘남도시나위‘의 표에서 보면 “고풀이: 흘림장단 무가로 시나위 반주가 있다 (이하 중략) 길닦음: 진양장단으로 되어 있고 반주가 후렴을 한다”와 같은 서술이 있기 때문이다.
2-1. 편성의 변화: 반주를 수반한 성악에서 기악으로
그러나 종교 의식적 맥락에서 벗어나 예술음악으로 연행되는 오늘날의 시나위는 무가의 반주로서의 기악 합주라기 보다는 순수한 기악 합주 음악으로 보인다. 그 예시로 국립국악원의 토요 명품공연 시나위의 공연 영상만 보더라도 가사 있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종교적 맥락에서와 예술음악 맥락에서 연행되는 시나위 모두 악기 편성이 삼현육각( 해금, 대금, 피리 둘, 장구, 북의 편성)혹은 일부 악기가 추가된 편성을 가지고 있다. 교과서 수록 국악 악보집에 따르면 시나위는 2대의 피리와 1대의 대금, 해금, 아쟁, 징, 장구, 가야금, 거문고의 편성이 있다.
그렇다면 시나위가 예술음악으로 연행할 땐 기악 합주로서의 특성이 강화되어 무속 가사를 가진 성악이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2-2. 즉흥성의 변화: 즉흥연주에서 미리 음악을 공유한 채 이뤄지는 합주
또한 시나위의 특성을 즉흥성으로 보아 일부 주제 선율만 공유한 채로 즉흥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60년대까지 전승되던 즉흥성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한다. 이는 예술음악이 음악의 자율성 개념을 기반한 서양식 음악 문화를 참조하여 이뤄진 점을 고려해 이해할 수 있다. 즉 곡을 구성하는 작곡가와 이를 해석하는 연주자가 분화된 서양 음악문화에 영향을 받아 연행 담당자에 있어 작품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 익숙해 즉흥성이 퇴화되었다고 생각한다.
2-3. 정리: 기능의 변화에 따른 음악 구성의 변화
이상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음악의 기능이 바뀔 때 음악 내재적 특성의 변화도 동반하기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3. 음악 사회학적 특성-지역: 전라 지역
음악은 종종 지역성과 연관되어 논의된다. 서양 음악의 경우 작곡가의 국적에 따라서 그 음악의 지역성을 따지는 경우가 많았다. 20세기 들어서는 민족주의 사상에 따라서 그 지역의 전통적인 음계, 자연 상징물 등을 활용해서 음악을 작곡하여 음악에 있어 지역성이 강조되었다.
국악에선 이보형에 의해 민요권 개념이 수용되었다. 이보형은 지역별 권역을 통해서 음악적 양식을 나눴다. 특별히 민요에 있어서는 지역별 특색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선법, 시김새 등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별로 서로 다른 유형의 선법과 시김새를 토리라고 한다. 토리를 통해 지역 음악의 특성 및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은 한국의 전통 음악으로서의 민요를 설명하는 데 굉장히 좋은 방법이었고, 특별히 전라도 민요의 경우에는 육자배기토리라고 하여 소위 떠는 목인 ‘미’, 평으로 내는 목인 ‘라’와 꺾는 목인 ‘도시’의 사음음계가 특징이다.
4. 음악내적 특성-조성: 육자배기 토리 및 계면조
김명옥 교수님께서는 혁신적 음악교수 세미나 수업에서 시나위가 육자배기 토리로 이루어진 음악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본 국악개론, 음악인류학 책에는 토리가 민요 즉 성악에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나위는 무가와 그 반주 음악으로서 전통적으로 성악으로 볼 수 있으나 현재는 기악 합주곡으로 전승이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보면 과연 민요에 적용이 주로 되는 토리라는 개념을 기악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에 대해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국악학자들이 토리 개념을 민요에 한정해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은 토리는 기악과 성악을 가리지 않고 지역 음악 어법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기악 합주곡인 시나위에도 토리 개념을 적용할 수 있고 이에 부합하듯 떠는 목에 해당하는 ‘미’를 역안법으로 떨어서 연주하고, 꺽는 목인 ‘시’에도 마치 서양음악의 꾸밈음처럼 연주한다.
한편 육자배기 토리로 이뤄진 음악을 계면조로도 부른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라 선법으로서의 계면조와는 이름만 같고 다르다. 유래는 전라도 지역 사람이 서울에서 한 음악을 들었다. 때 마침 이 음악은 라 선법의 한탄조 음악이었으며 그것이 ‘계면조 음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계면조가 지칭하는 것은 선법인데 그 분위기를 가리킨다고 오해하였고 자기네 고향의 한탄조 음악에도 계면조라 칭하며 이뤄졌다.
5. 음악 사회학적 특성-계급: 계면조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는 계급성
한편 이들이 계면조라는 이름을 육자배기 토리에 붙인 것은 ‘사회 계층’과의 관련 속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시나위가 양반 계층에게 수용되면서 순 한글로 이뤄진 육자배기 토리보다는 한자명 ‘계면조’가 소구력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한 문화권의 음악은 그 사회 구성원의 사회적 계층, 문화적 코드 등과 밀접하게 연관지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III.결론: 시나위를 통해 알 수 있는 음악의 특성
이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나위는 여러 가지 정체성의 변화를 겪어온 음악이다. 공연 맥락이 바뀌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음악 내재적인 요소의 변화도 동반하였다.
또한 시나위는 사회 문화적인 요소와 관련해서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다. 지역과의 관련성 으로도 이해할 수 있으며, 또 그 지역 내 구성원의 사회적 계층, 음악에 대한 인식, 그에 따른 음악을 두고서 벌어지는 사회적인 상호작용 확인할 수 있는 음악이다.
이를 통해서 음악을 공부할 때는 단순히 소리 구조에 한정해서 탐구하기보다는 사회문화적인 영향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음악의 내재적 요소와 외재적 요소는 개념적으로는 분리할 수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이뤄지는 만큼 종합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문헌
이용식. 음악인류학. 광주: 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8.
김영운. 국악개론. 경기도: 음악세계, 2015.
한국 민속대백과 사전 "시나위" . (n.d.). https://folkency.nfm.go.kr/topic/detail/6282?pageType=search&keyword=%EC%8B%9C%EB%82%98%EC%9C%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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