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의 예술인류학>
I. 들어가며
나는 참 엉뚱하다. 달 보다는 그걸 가리키는 손가락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난 남들이 정책에 관심을 가질 때 선거에서 동원하는 프로파간다 전략에 더 눈길이 간다. 역대 한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 대중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동원하는 프로파간다 전략이 많았다. 이 가운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윤석열(이하 각각 DJ, 노, MB, 문, 윤으로 칭함) 당시 대선 후보의 사례가 인상 깊었는데 이들의 감각정치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II. 본론1: 초기 (DJ~MB)
1. 좌파진영: 춤과 음악
전통적으로 좌익 진영은 선전 선동에 있어 음악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1) DJ: DJDOC와 함께 춤을
DJ는 자신의 이름 약자와 비슷한 예명을 가진 DJDOC라는 가수와 함께 노래와 춤을 부르며 선거광고를 제작했다. 대중음악 가수와 함께 구호를 외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을 통해 수 번 대선을 도전하며 가진 오래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젊고 참신한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또 대중음악은 그 특성상 '후크'라는 흥얼거리기 쉽고 중독성 있는 구간이 있는데 그 부분 가사에 후보를 표현하는 간결한 문구로 개사하여 불러 효과적인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이뤄냈다.
https://youtu.be/penM1I9ztZ4?si=kNptgiIzioOzuyvv
(2) 노: 상록수
노는 통기타를 치면서 김민기 작곡의 민중가요 '상록수'를 노래불렀다. 앞서 DJ가 노래 가사를 정치적 메시지를 언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개사한 데 비하여 노무현은 원곡을 있는 그대로 불렀다. 이는 민중가요 상록수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문화적 상징성 및 그 상징성이 지지층을 단결시키는 데 충분히 효과적일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원곡의 변형 없이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음악은 그 소리 구조를 통해서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는 감정과 느낌에 호소하는 면이 있기에 민중가요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소구한다.
https://youtu.be/Amw-fk4kmmE?si=T_JSLnkaCScSsDP2
(3) 소결론: 선거 음악의 발달
DJ와 노는 같은 좌익 진영 대선후보이며 노래를 이용해 선거 선전 전략을 전개했음에도 세부적인 요소에서 차이가 난다. DJ는 음악을 언어적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한 반면 노무현은 동일한 사회문화적 기억을 공유하는 지지층의 정서적 호소로 활용했다.
DJ의 선거 광고에는 다양한 각계각층의 사람이 등장하며 비교적 현란한 음성으로 가득찬 반면 노는 자신 한 명만 출연하고 이후 여성 나레이션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데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노는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기타 요소를 덜어냈다는 점에서 dj보다 진일보한 방식으로 선거 광고 음악을 구성했다고 본다.
2. 보수진영: 먹방
보수 진영은 선거 광고에 있어 음식을 섭취하는 모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1) MB: 국밥
MB는 사원으로 입사해 현대건설의 사장으로 승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얼핏 들었을 땐 재벌사 사장 출신이기에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을 것 같지만 그는 청소년 시절 시장에서 장사하며 가난하게 자라며 서민적 정체성을 가졌다. 이러한 정체성을 드러내며 대중에게 소구하는 전략으로 국밥 '먹방'을 택했다.
국밥을 먹음직스럽게 먹는 그의 모습에 수 많은 국민이 '국밥'에 대해 공유하는 이미지인 '따뜻함, 든든함, 서민성'을 환기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mb의 선거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https://youtu.be/ohkIS0iQq-A?si=N2A6lkUacuSCHKPP
(2) 소결론: 먹는 건 못 이긴다.
이어령 작가는 한국인에게 있어 '먹는다'라는 행위가 갖는 함의가 여타 문화권의 사람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밥 먹었니'라는 인사에서 부터 '널 먹을래'라는 섹슈얼리티의 의미, 살맛 난다 죽을 맛이다라는 생사 까지도 먹는다는 보조 동사 내지 술어로 표현된다. 한국어에서 유독 중층적이고 복합적이고 다의적으로 쓰이는 '먹는다'는 술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 '먹는다'에서 삶의 희노애락을 느끼고 재확인한다. 결국 공개적으로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먹는 행위는 대중에게 강한 소구력을 가진다.
http://m.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202202100040
III. 본론2: 후기(문~윤)
(1) 문: 아이돌 팬덤 정치
문은 선거 광고에 있어 음악을 활용하긴 했지만 배경음악으로서가 아닌 '케이팝 아이돌'을 홍보하고 우상화하는 문법으로서 이용했다. 외모적 강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쓰거나, 정치인의 팬클럽을 아이돌 팬카페와 같은 형태로 조직하고 동원하기도 했으며, '굿즈'를 팔듯이 저서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선거에 있어 음악을 활용하는 방식이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음악 문화' 그 중에서도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주로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흥행한 케이팝의 문법을 차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https://youtu.be/_dCyPmjnP5s?si=p0fQAsHC9T3Bqssy
(2) 윤: 계란말이 요리하기
윤은 김건희 여사에게 '평생 집밥을 해주겠다'라는 말로 프로포즈를 할 정도로 식사에 진심이었다. 또 정치적 고비마다 당 내 인사와 식사 회동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는데 이준석 당시 국민의 힘 당대표와의 서울 광진구 맥주 회동, 울산 언양 불고기 식사 회동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선거 직전 개인 유투브 채널을 열어 '석열이네 밥집'이라는 컨셉으로 직접 요리한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웹예능을 기획했다. 계란말이, 미역국 등 다양한 식사를 대접하며 화제를 이끌었다.
https://youtu.be/HmvRe53QPEQ?si=UPluvAkGkVr82Uy8
(3) 소결론: 훨씬 발달한 감각정치
문, 윤대에 이르러선 각 진영에서 선거 전략으로 자주 쓰는 음악과 음식을 다루는 방식이 훨씬 진일보했다. 문은 단순히 배경음악으로서의 기능, 음악 연주를 넘어서 음악 산업의 우상화 문법을 차용하였고, 윤은 주어진 음식의 섭취를 넘어 요리 과정, 식사 중 진솔한 소통까지 더해 효과적인 선거전략을 성취했다.
IV. 결론: 대선의 감각정치
1. 각 진영의 감각 정치 경향
한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다양한 선전 전략이 있었다. 그 중에는 음악, 춤 등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예술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었고 먹는 것이라는 원초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도구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각 진영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도구에 명확한 경향이 있었는데 보수 진영은 음식을, 좌익 진영은 춤과 음악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시대가 지나면서 점차 사용법이 진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2. 예술인류학적 결론
음악과 춤 그리고 '먹방'을 넓은 의미의 행위예술이라고 보자. 이상의 사례에서 예술이 '한 국가의 최고 정치 지도자'의 탄생에 기여할 정도로 사회문화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예술을 단순히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보기 보다 '한 사회에 특정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며 공동체 구성원에게 의미와 상징을 구성하는 인류학적 행위'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V. 덧붙이며: 한의 재즈 정치
한 전 장관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나와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밝혔다. 재즈를 즐겨 듣는 다고 했다. 오늘날 재즈음악이 그 발생 초기 미국에서의 맥락과 같이 민중음악, 대중음악으로서의 면모가 탈각되고 한국에선 고급 예술음악으로 향유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중정치에 있어 그의 재즈에 대한 취향을 밝히는 일은 정치적 소구에 부정적이거나 미흡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난 오히려 그가 보수 진영의 정치인으로서 대중에게 소구하려고 한다면 역대 보수정당의 대선후보가 그랬듯 음식을 이용하는 것이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물론 이때 음식은 고급스러운 미식이라기 보단 기층민이 즐겨 먹는 평범한 식사이어야 효과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https://youtu.be/0avyhpElrDs?si=EyQtc_zyf3wf98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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