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작곡, AI 회화는 음악인과 미술인을 같은 방식으로 멸망시킬까?
I. 들어가며: 생성형 예술 인공지능과 전문 예술인의 일자리 대체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음악계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 작업을 대체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화두다. 인공지능이 인간에 비해서 같은 시간과 비용이라면 압도적으로 많은 양으로 예술적 산출물을 제시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할 만하다. 해당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걱정되고 결국은 전문 예술인의 역할이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II. 본론
- 회화의 사례
특히 회화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AI가 키워드만 입력하면 조건에 맞추어 삽화를 순식 간에 뽑아 내는데 물론 사람이 그리는 그림에 비하면 품질이 좋진 않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적은 시간 비용으로 많은 양의 그림을 뽑아내는 걸 보면 공식적인, 격식을 갖춰야 하는 곳에선 쓰기 부적절하지만 적당히 기능적인 삽화가 필요한 곳에선 수 많은 AI 산출물 가운데 필요한 것을 가려내어 쓰기 좋을 것 같다.
2. 음악의 사례
2-1. 회화와 음악의 매체적 차이
그렇다면 음악계는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해 상당 부분 전문 음악인의 역할을 대체할 것인가?
개인적으론 미술과 음악은 매체 특성상 결정적인 차이 때문에 전문 음악인의 역할이 조금 더 요구될 점이 있다고 본다.
우선 되짚어야 할 점은 생성형 AI가 아무리 시간, 비용 대비 압도적으로 수 많은 양의 산출물을 제시해도 그 가운데서 적절하기 사용할 만한 것을 골라내야 하기에 적어도 인간 개입이 필요하다. 이는 미술과 음악이 마찬가지다. 이때 인간의 역할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미술과 음악 모두 전문 예술인의 능력이 발휘될 것이다.
다만 삽화는 그 산출물이 제시되면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는 데 순간적으로 직관으로 인식하게 되나, 음악은 그렇지 않다.
음원의 경우 그 전체적 윤곽을 확인하는 데에 그 음악이 실제 재생되는 동안의 시간을 소요해야 하며, 혹시나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악보나 그래프 형태로 제시되어도 텍스트를 독해하듯이 선형적으로 읽어내려가야 하는데 음악적 독해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즉 악보와 그래프를 해독하는 데에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전문 음악인의 역할이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다.
이 점은 음악이 회화와 구별되는 '시간 예술'이라는 특징 때문에 나타난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음악 AI가 수 많은 산출물을 제시하는 과정 자체에선 시간을 줄일 순 있으나 그것을 검수하고 선별하는 과정에서 드는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리고, 이를 압축하고자 기보할 때 악보를 독해할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기에 미술 AI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2-2. 예술성과 기능성의 구분이 어떨까?
나는 그래서 오히려 AI는 사운드 디자인, 음향효과와 같은 극도의 기능성을 띤 짦은 음원을 생성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은 앞서 말한 점과 연관해 생각해볼때 검수, 선별 과정에서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보다 AI를 이용한 작곡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점은 AI의 메커니즘을 고려해서도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존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해서 나름의 산출물을 제시하는 특성 상 '독창성'보다는 안정적인 유사하게 모방한다.
그런데 예술 그 중에서 특히 순수예술은 '모방론'의 미학 사상이 있지만 그 조차도 일종의 '독창성'을 담보해야 했던 점을 고려해보게 된다.
청각적 산출물을 두 개로 나누어 볼 때 기능적이고 단순한 것은 AI가 목적 없이 순수 예술적이고 독창적인 것은 인간이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시각 산출물에서도 마찬가지로 기능적이고 단순한 것은 AI가 독창적이고 순수 예술적인 것은 인간이 담당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생각이 든다.
2-3. 회화와 음악의 예술/ 기능 구분의 차이
다만 음악계(특히 한국)는 예술음악과 실용음악 그리고 기능적인 음원 생산을 엄격하게 구별해온 학제를 지녀와서 그 구분이 비교적 쉽다.
반면 미술계는 예술성과 기능성이 중첩된 소위 '디자인'이 있어서 그 구분이 다소 어려워 어디까지 AI에게 적합한 단순/기능적인 것인지 어디부터 인간이 하는 것이 바람직한 순수 예술/독창적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워 논의가 더 있어야 한다고 본다.
III. 결론
생성형 인공지능은 회화와 작곡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다. 특히 독창성, 예술성보단 기능성에 집중한 단순한 산출물일 수록 AI를 사용했을 때 효율성이 큰 만큼 실용음악(=대중음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 기능적인 삽화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역할이 완전히 대체되긴 힘들다고 보는데 AI가 예술성을 발휘하기 위해선 결국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소요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 메리트가 줄어들기도 하고, 강력한 독창성이나 예술성에 의한 양질의 산출물을 제시하는 데에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추가적으로 아무리 기능적인 삽화나 음원이라고 할 지라도 사용하는 목적에 맞게 선별하고 배치하는 일은 인간이 해야 한다. 이때 '전문 예술인'이 아닌 사람도 물론 대량으로 제시된 예술적 산출물에서 적합한 대상을 골라낼 순 있지만 안목을 가지고 적절하게 배치하는 데에 전문예술인의 역할이 기여할 수 있다.
특별히 음악의 경우 예술적 산출물의 형태가 '악보' 혹은 '음원 그래프'의 형태로 나타날 때 이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데에 전문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점을 고려할 때 AI 시대에 수행할 '전문예술인'의 역할에 있어 미술인과 음악인의 사소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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