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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때 전공필수 과목이 화성법이다. 영어로 harmony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화를 다루는 것이고 구체적으론 음과 음의 조화 즉 화음의 진행 규칙을 공부하는 과목이다.
이때 오선지에 음표를 수직으로 4개씩 배치하는 '4성부 작법'을 한다. 화성학에서 다루는 화음은 '동시에 울리는 음이 4개'인 걸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냥 관습적으로, 으레 4개 음이 동시에 울리는 음향을 기준으로 화성법을 가르치니 아무런 의심이나 질문 없이 받아들였는데 생각해보면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왜 굳이 3개도 5개도 아니고 4개지?
불현듯 르네상스 음악을 들으니 반대로 봐야하지 않나 싶었다.
화성법을 4성부로 하는 게 아니라, 4성부였기에 화성법이 가능했다는 것. 15세기 음악을 분석하니 든 생각이다.
근거를 얘기해보자. 중세시대까지 주로 3성부였다가 기욤 뒤페 내지 르네상스 대에 이르러 bassus 성부가 추가되어 4성부로 작곡하기 시작됐는데 bassus 성부에 등장하는 음계도 5음 1음이 나와 V-I라는 조성적 종지가 자주 등장한다. 즉 4성부가 디폴트화되면서 조성음악을 분석할 때 중요한 형식 요소 구분 기준 중 하나인 정격종지가 빈도 높게 등장하기에 든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특정한 작품의 화성을 분석하는 식의 공시적 접근만 할 때는 절대 알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음악을 이루는 구성 요소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추적하는 통시적 접근을 할 땐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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