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배운 서양 클래식 음악은 집을 여러 채 가지고 돌아가면서 사는 귀족들이 향유하는 음악이고, 사실상 집 안에 여러 부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일종의 행정기관이기도 해서 실내(집) 파티라고 할지라도 마냥 편안하게 마시고 즐기기 보다 격식과 예법을 갖추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네요.
소탈하고 맘 편하게 집에서 놀자는 내용을 가진 음악은 20세기 대중음악에서 부터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19세기 말은 대중음악도 발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중 일반도 여가를 즐기기보단 하루종일 노동하느라 바빴을 것 같네요. 20세기 들어서야 비로소 대중매체도 크게 발달하기 시작하고 여가도 보편화되면서 '소탈한 거주공간에서 파티를 즐기는' 내용의 대중음악이 가능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만 여타 민속음악에선 20세기 이전에도 '집에서 즐기는 소탈한 파티'를 내용으로 삼은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한국도 전통적으로 집 마당에서 '결혼식' 등 통과의례를 하면서 파티를 하기도 했으니깐요.
물론 이는 말씀하신 사례와 '거주공간' '파티'라는 공통점을 가지긴 하지만 '실내' '소탈함'과는 대비되는 '실외' '엄숙함(통과의례)'적 요소가 두드러져 딱 들어맞진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집에서 소탈하게 친구들과 놀자는 내용은 인구 밀도 높고 서로 익명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 문화의 산물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웃집 숟가락 갯수가 몇 개인지 다 알고 몇 년째 같은 지역사회에서 폐쇄적으로 살아가는 곳에서는 구태여 어차피 서로 다 알고 지내면서 언제든지 자유롭게 놀고 싶을 때 놀고 부대 끼고 살지요.
반면에 도시에서의 개인은 거주공간과 사무공간이 분리되어 있고(물론 재택근무 프리랜서 혹은 배달,택배 플랫폼 노동자 등 예외 있음) 자기 할 일하고 퇴근하고 나면 고독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이 있으니 ''집"에서 '소탈하게' '친구'와 놀고 싶다는 욕구가 들고 이를 투영, 반영한 음악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